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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12 살인의 해석

사용자 삽입 이미지본과와서 가장 아쉬웠던 것 중에 하나는 책읽을 시간이 없었다는 것.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기 보다는 책읽을 여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동문회여행을 가는데 시간남을 때 틈틈히 읽을 책이 뭐 없을까 하는 중에 우연히 눈에 띈 책이 ‘살인의 해석’ 이었다. 600page에 사전 두께의 책은 가히 압박스러웠으나 ‘베스트셀러’, ’32개국 출간’. ‘영화화’ 라는 단어에 현혹되었고, 추리소설을 워낙 좋아하는 데다가 프로이트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적혀있길래(사실 프로이트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3일동안 틈틈히 읽는데 성공, 개강의 아쉬움을 독서로 달래는데 성공했다. 책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다. 깔끔한 문체와 청산유수같은 매끄러운 진행은 긴 내용을 읽어나가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인물의 본성을 정신분석학을 통해 파해쳐 나가는 저자의 지식 수준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사실성을 위해 전문가까지 고용해 1900년대 초의 뉴욕을 구현해 나갔기 때문에 실제로 일어난 일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통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라는 것에 대해 재밌게 한걸음 다가간듯한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햄릿의 ‘to be or not to be’라는 한문장을 통해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었다. 안그래도 요새 전산동아리에서 정신과 일을 하느라 시달리고 있는데 정신분석학에서 이러한 내용을 배우고 실제로 치료에 쓰는 것이라면 굉장히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한 구절을 적어본다.
“……그것은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의 문제였다. 어린 소년이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끼어들었을 때, 이 삼각관계에서 깊은 질투를 느끼게 되는 쪽은 바로 이버지이다…(중략)…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진짜지만, 그 모든 서술부의 주어는 아이가 아니라 부모였다.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콤플렉스는 더 심해진다. 딸은 곧 어머니가 저항하지 않을 수 없는 젊음과 미모를 갖추고 대적하게 된다. 아들은 결국 아버지를 따라잡게 되고, 아들이 커감에 따라 아버지는 자신을 밟고 지나가는 세대교체의 거센 물결을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살해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놓고 말하겠는가? 어느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질투한다고 인정하겠는가? 그러므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이들에게 투영된다. 오이디푸스의 아버지 귀에 들리는 목소리는, 바로 자신이 아들에게 은밀한 살해욕망을 품은 게 아니라, 오이디푸스가 어머니를 갈망하고 아버지의 죽음을 꾀하고 있다고 속삭인다……”

책의 후반부에서 이 구절을 읽는 순간 깨닫게 되는 모든 사실들이 머리를 크게 한번 휘젓고 지나가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오랜만에 제대로 재미있는 책 한권을 읽은 듯 하여 즐거웠다.


내일은 개강. 6000명에게 시험당하게 될 정신과 자가진단프로그램.  2주 후에는 연주회. 연주회 4일 뒤의 시험.
2007년의 8월은 정말 최악의 스트레스를 안겨줄듯 하다.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 없는 시간들이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