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제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관련기사 : http://h21.hani.co.kr/section-021005000/2007/11/021005000200711290687010.html

지역사회의학 실습 때 들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어서 잊혀지기 전에 몇자 끄적여본다.

국민주치의제도라는 것이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내가 아플때 지금처럼 어느 병원에 가볼까 고민하는 것이 아닌, 나의 주치의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그 주치의가 어떤 진료가 필요하고 어떤 병원에 다시 찾아가야하는지 알려주고 조언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왜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일까?
#1. ‘감기’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대부분 상식적으로 감기는 쉬면 낫는다고 생각하지만, 또 걱정되서 일단 병원에가서 감기의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이러스’와 아무런 상관 없은 ‘항생제’를 처방받게 된다.

왜 병원은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일까?
의사가 항생제랑 감기랑 관련이 없는 것을 모르느냐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돈을 벌어야 한다. 자신도 좀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냐는 것일텐데 덕분에 국민들한테 욕은 바가지로 먹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이분들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2. ‘고혈압’을 생각해보자. 고혈압이라는 것은 단 한번의 시술로 해결될 병이 아니다. 꾸준한 자기관리와 약물 요법과 생활환경의 변화(우리는 이것을 Life Style Modification 이라고 그럴싸하게 부른다-실제로 의사가 해줄수 있는 것은 ‘이야기’뿐이면서도)가 유일한 치료방법이다.

고혈압 환자가 대학병원에 간다?
이건 마치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기 위해 백화점 마트에 가는 꼴이다. 덕분에 백화점 마트의 대기시간은 엄청 길어졌고, 고객의 시간손실을 무지하게 커졌으며 게다가 할인도 안해준다.(동네 슈퍼마켓은 반값에 주더만;;)

요점은 이렇다.
질병은 점점 급성 질환에서 만성 질환으로 넘어가는 추세이나 만성질환을 Care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는 충분하지 않다. 대학병원에서는 급성 질환(교통 사고나 뇌종양 혹은 급성간염, 중독 등등)을 해결하기에도 바쁜 와중에 만성 질환 환자들(고혈압, 당뇨, 고지혈증)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만성병은 처음 방향을 잡아놓고 나면 그 다음에는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는다 해도, 결국엔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질병군에 속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주치의제도를 시행하므로서 지속적인 care를 거주지 근처에서 받게자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잠시 다시 아까 항생제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왜 의사는 그렇게 돈을 벌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대답하자면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돈보단 신념과 생명에 대한 존경 중요하다라는 공자님 말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다.(너무 당연한 이야기니 만큼) 단지 우리는 돈을 벌어야 되는 환경에선 최선을 다해 돈을 벌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고, 의사도 그러한 직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돈을 첫째로 바라보고 의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의사를 찾아가는 환자들에겐 비극이겠거니와…)

주치의 제도는 이러한 의사의 상업화에 대한 제동을 거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의사는 돈을 환자로 부터 받는 것이 아닌 국가로 부터 받게 된다. 교수님께서 들어주신 예를 이야기해보자면,

월급의 액수는 내가 몇명의 환자를 관리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쉽게 말하자면 “100명 x 50만원” => 5000만원을 1년 연봉 처럼 국가로 부터 지급받는다.
그리고 인센티브가 붙는데, 이 인센티브는
내 100명의 환자가 얼마나 안아프냐이다. 중요한 것은 “안 아프냐” 이다. 물론 말은 그럴싸 한데, (내 예상인데 우리나라 의사들은 환자를 안아프게 하려고 병을 축소시켜 적을지도 모를일이다)
이렇게 되면 의사는 돈을 벌기위해 죽어라 쓸데없는 처방도 하지 않을테고, 소아 환자에겐 죽어라 예방접종을 받으라고 권유할테고, 만성질환을 갖은 환자에게는 관리가 잘 되는지 끊임없이 환자를 닥달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환절기에 감기 많이 걸려라’ 라고 기원하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국가 의료의 수준이 한차원 도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 제도의 큰 축이다.

이 제도에는 분명 장단이 있을테고, 영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기에 논하지는 않겠다. 다만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단 한가지
이 제도에 대한 논의가 왜 지금와서 활발해졌는가? 이다.
만성질환이 늘었고 등등등 하는 이야기들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도
동네 1차 의료기관의 위기에 따른 해결 방안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와서 동네병원의 수입과 환자수는 줄어들고 있으나
대형 종합병원의 환자수와 수익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의료보험 제정은
갈수록 줄고 있고,

의사, 보건 전문가 혹은 의료정책 입안자들이 주치의 제도에 대해서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의사들이 어떻게든 자기 파이를 보존하려고 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진다면 절대 국민들의 찬성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 제도의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의사도 환자들로 부터 신임을 회복할 수 있고 더불어 ‘돈을 벌어야 한다’라는 압박으로 부터도 벗어나게 되는 매우 이상적인 제도임에는 틀림이 없다. 교수님 말씀으로는 결국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와 비슷한 구조가 도입되지 않겠나 생각을 해본다고 하셨다.


아무튼 이런 제도가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봐주셨으면 해서 적어보았다.
혹시나 이 부분에 대해서 조사를 하거나 과제를 해결하셔야 하는 분이 있다면
‘의료생협’이라는 주제어로 조사를 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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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이거 좋은 말이지만.
    요즘 일렉티브에서 social한 의료제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와 생각을 나누는데, – 왜냐면 유럽쪽에서 온 애들이 있어서 – 정말 의사는 돈못벌고 힘든 직업이 되어가는듯.
    아마 최종적인 방향은 그렇게 될테지만, 지금도 충분히 힘든거 같아서…
    음악이나 들어야지

  2. 세상에 모든것을 다 얻을 수는 없으니ㅋ
    나는 그냥 잠자는 시간만 보장해주면 아무 불만없이 살 수 있을텐데ㅋㅋ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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